[쿠키뉴스] 김찬홍 기자 = 손흥민(29·토트넘)이 계속되는 부상에 신음하고 있다.
손흥민은 지난 7일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레바논과 2차전을 약 2시간 앞둔 상황에서 결장했다. 당시 대한축구협회는 “전일 훈련 후 우측 종아리에 불편감을 느껴 검사를 실시한 결과 오른 종아리 근육 염좌로 선수 보호 차원에서 레바논전 엔트리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소속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의 토트넘으로 돌아간 뒤에도 손흥민의 상황은 좀처럼 호전되지 않았다. 토트넘의 누누 산투 감독은 “손흥민의 상태가 좋지 않다. 의료진의 소견을 기다리는 중”이라며 “다음 경기엔 출전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리그 개막 후 3연승을 달렸던 토트넘은 손흥민의 부상 결장 속에 0대 3으로 대패했다.
손흥민의 복귀전은 오는 20일(한국시간)에 열리는 첼시와 리그 5라운드 경기로 전망되는데 아직 구단의 공식 발표는 없는 상황이다. 예정보다 구단의 발표가 늦어지면서 손흥민의 상태가 심각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 혹사의 아이콘 손흥민
혹사는 손흥민과 뗄레야 뗄 수 없는 단어다.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는 2019년 8월 ‘한계(At the limit)-남자 프로축구 선수들의 부하량’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2018-2019시즌 동안 활약한 543명 선수를 대상으로 출전 경기, 이동 거리, 휴식 시간 등을 조사한 설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보고서에 따르면 손흥민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뛰고, 가장 멀리 이동한 선수였다. 2018~2019시즌 소속팀에서 53경기, 대표팀에서 25경기에 나서 총 78경기를 뛰었다. 이동 거리는 무려 11만㎞로, 지구를 거의 3바퀴를 돈 수준이었다. 손흥민이 나선 78경기 중 72%인 56경기는 휴식일이 5일도 되지 않았고, 시즌 종료 후 휴식일은 고작 22일에 불과했다.
지난해와 올해에도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며 대부분의 중요 경기를 소화했다. 최근 3년간 손흥민이 소화한 경기 수는 무려 177경기로 1년에 약 56경기를 소화했다. 이는 EPL에서 뛰는 선수들의 평균보다 약 15경기가 많은 수치다.
뛰는 경기가 많아지면서 손흥민의 부상도 잦아지고 있다. 지난해 2월 아스톤 빌라와 경기 도중 팔이 골절되는 큰 부상을 입어 수술을 받았고, 지난해 8월과 올해 3월에는 두 차례 왼쪽 햄스트링 부상으로 한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지난 8월 울버햄튼과 리그 2라운드 원정 경기에서도 햄스트링 부상 우려를 낳으며 후반 25분 해리 케인과 교체됐다. 이후 구단은 “손흥민의 햄스트링에는 이상이 없다”는 발표를 냈고, 손흥민은 1경기 휴식 뒤 약 일주일 만에 복귀전을 치렀다. 하지만 한 달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재차 부상을 입으면서 관리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종아리 근육은 크게 가자미근과 비복근으로 나눠진다. 사진=김진수 병원장 블로그
◇ 종아리 염좌는 어떤 부상인가
손흥민이 이번에 입은 종아리 염좌는 기본적으로 큰 부상은 아니다. 염좌는 관절을 지지해주는 인대 혹은 근육이 충격 등에 의해서 늘어나거나 일부 찢어지는 부상을 말한다.
세종스포츠정형외과의원 족부 전문의 김진수 병원장은 “염좌는 MRI나 초음파를 찍었을 때 (근육이) 끊어지지 않고 색깔 변화가 있거나, 근육이 부은 상태를 말한다”라며 “보통의 축구 선수가 단순 염좌를 입었을 때 휴식기 없이 바로 경기에 출전할 수 있다. 짧으면 1주 이상의 회복 기간을 요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종아리 염좌는 큰 부상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김 병원장은 “손흥민 선수는 부상 직후 경기에 바로 나서지 못했다. 이런 경우에는 단순 염좌라기보다는 종아리 일부 근육 파열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최대 4주 이상의 휴식이 필요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종아리 파열은 최대 3단계로 나눠진다. 사진=김진수 병원장 블로그
이어 “근육 파열이 1㎝ 이내라면 1도 파열, 근육의 ⅓정도가 파열되면 2도 파열, 완전 파열이면 3도 파열이라고 칭한다. 보통의 검사에서 염좌는 1도 파열이라고 지칭한다. 다만 파열된 부위가 어느 정도 공개됐다면 어떤 상황인지 확인할 수 있을텐데, 정확하게 공개되지 않아 파악이 어려운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 병원장은 “추측하자면 경기가 끝난 뒤 종아리가 아파서 검사하니 일부 염좌가 있거나 혹은 부분 1도 파열 정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 봐서는 비복근에 손상이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다”라고 언급했다.
지난 3월 햄스트링 부상으로 쓰려진 손흥민. AP 연합
◇ 햄스트링 부상과 종아리 염좌의 상관 가능성은?
손흥민은 최근 2년간 햄스트링 부상을 2차례 입었다. 지난해 9월말 뉴캐슬전과 리그전에서 햄스트링 부상이 발견돼 전반전이 끝나고 교체됐는데, 일주일 만에 경기장에 돌아왔다. 이후 지난 3월에도 아스날과 경기에서 왼쪽 허벅지 햄스트링에 손상을 입어 약 3주 가까이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손흥민을 괴롭힌 햄스트링 부상과 이번 종아리 염좌는 서로 이어지는 부위라 부상 연관 가능성이 높다. 김 병원장은 “다리 근육은 한 군데를 다치면 여러 부위에서 부상이 생기기 마련이다. 종아리 근육을 다치면 햄스트링을 다치거나, 대퇴근이 파열되기도 한다. 다리는 한 부분에 영향이 가면 다른 근육을 사용해 커버하는 경우가 있다. 이로 인해 연쇄적인 부상 우려가 존재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김 병원장은 햄스트링 부상으로 인해 종아리 염좌가 발생했을 가능성은 낮게 바라봤다.
김 병원장은 “손흥민 선수가 당했던 햄스트링 부상과 이번 종아리 염좌의 부상은 상당한 시간 차가 있다. 당시 햄스트링 부상 후 약 일주일 만에 복귀를 했었다. 당시 햄스트링이 심한 부상은 아니었을 거라고 본다. 그 부상이 지금 종아리 근육의 파열을 일으켰다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 어느덧 30대 접어드는 손흥민, 관리는 이제는 필수
현지에서는 손흥민의 부상 상태를 우려하면서도 조기 복귀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손흥민이 그동안에도 놀라운 회복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2017년 6월 대표팀에서 오른팔이 골절된 뒤 수술대에 올랐지만 두 달 만에 리그 개막전에 맞춰 돌아왔다. 2020~2021시즌 두 차례 햄스트링 부상 때도 예상보다 빨리 복귀해 맹활약했다. 특히 첫 번째 부상 때에는 단 일주일 만에 돌아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2골 1도움의 경이로운 활약을 펼친 기억도 있다.
하지만 손흥민의 나이가 30대에 접어들고 부상 빈도가 높아졌다는 건 좋지 않은 신호다. 스피드와 운동능력을 주무기로 하는 선수들은 부상이 아니어도 나이를 먹고 신체적 능력이 감소하며 기량이 급락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특히 전력 스프린트 상황이 많은 손흥민에게 다리 근육 부상이 계속되는 건 치명적이다. 과거 스프린트가 뛰어난 선수들이었던 호나우두, 마이클 오언, 아르연 로벤 등이 엄청난 기량을 가졌음에도 계속된 다리 부상으로 커리어가 망가진 케이스다.
이제는 소속팀과 대표팀에서도 위기감을 느끼고 손흥민을 좀 더 신중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강한 손흥민을 오래 보고 싶다면 최근의 이상 신호를 절대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는 시각이다.
김 병원장은 “손흥민 선수는 이번에 휴식 없이 비행기를 타고 와서 바로 게임을 뛰었다. 그런 부분이 근육 손상에 위험 요소다. 시차에 적응하는 데에도 2~3일이 걸리는 데 이번에는 휴식 없이 바로 근육 사용 강도가 높은 경기를 소화해 무리가 됐을 것”이라며 “이제는 운동량이나 운동 시간 등을 조절해줘야 한다. 노르딕 운동과 같은 햄스트링 손상 방지 프로그램을 잘 이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문=김진수 세종스포츠정형외과의원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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