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LA, 이사부 통신원] “저희의 최종 목표는 한국의 엘리트 운동선수들이 수술을 위해 미국까지 와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애고 한국에서 수술부터 재활까지 모든 것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지난 12일 LA 국제공항에서 10여 분 떨어진 잉글우드시에 위치한 컬란-조브 정형외과 클리닉에서 만난 금정섭 세종스포츠 정형외과 원장은 살짝 피곤해 보였다.
금 원장은 “연수를 온 것이지만 일정이 너무 빡세다. 월요일과 목요일에는 오전 9시부터 하루 종일 진료하는 것을 지켜보고, 화요일과 수요일에는 모든 수술실에 클리닉의 의사들과 함께 들어가 수술을 참관한다. 그리고 금요일에는 진료와 함께 응급 수술을 위해 대기한다. 한국에 있을 때보다 더 힘든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후 5시면 진료나 수술 등 공식 업무 시간은 끝나지만 이후 환자들의 상태에 대해 의사들과 상의하기도 하고, 또 미국 전역의 메이저리그, NFL, NBA 등 프로 구단의 의료팀으로부터 들어오는 각종 문의를 처리하느라 밤 9시는 돼야 하루 일과가 끝난다”고 덧붙였다.
금 원장이 직접 환자들을 진료하거나 수술하는 것은 아니지만 컬란-조브 클리닉에서 가장 유명한 닐 엘라트레체 박사를 비롯한 10명의 전문의와 함께 환자를 만나고, 상태를 체크하며 수술을 할 때는 빠짐없이 참관한다. 필요할 경우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에게 직접 조언을 해주기도 하고 제한적이지만 도와주기도 한다.
금 원장은 “사실 우리나라가 수술이나 정형외과 분야에서는 세계적으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어떤 경우에는 내가 더 잘한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도 분명히 있다. 그럼에도 야구선수들의 어깨나 관절와순 쪽 수술은 결과가 거의 좋지 않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거의 하지 않지만, 여기에서는 꼭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수술을 하고 훨씬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나름의 노하우가 있다”고 했다.
토미 존 서저리(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에 특히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금 원장은 “나도 한국에서 토미 존 서저리를 많이 했지만 여기에서 엘라트라체 박사나 다른 의사들의 토미 존 서저리를 직접 지켜보면서 그들이 기존 방식에서 결과를 좀 더 좋게 하는 자신들만의 방식을 가지고 있고, 또 실수를 최대한 줄일 수 방법과 인대의 견고한 봉합으로 선수가 재기할 수 있는데 도움을 주는 나름의 방식을 직접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울 기회가 됐다”라면서 “이곳에서 한 달 반 이상 꾸준히 많은 수술을 지켜보면서 다양한 케이스를 접하게 돼 지금까지 몰랐던 것도 많이 알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한국에서 보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스포츠 의학을 위해 세종 스포츠 정형외과를 개원한 금 원장은 전 세계에서 스포츠 관련 수술로는 최고의 권위를 가지고 있는 컬란-조브 클리닉에서의 연수를 위해 수년 전부터 준비해 이번 연수가 성사됐다고 한다. 클리닉에서도 한국의 유명 선수들을 수술한 적이 많아 우호적이었고, 금 원장이 필드닥터로 있는 LG 트윈스에서도 구단 차원에서 클리닉에 연수 협조를 강력하게 요청해줘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특히 엘라트라체 박사에 대해 금 원장은 “연수를 온 것이지만 너무 편안하게 잘 대해준다. 나에게 자신이 예전 류현진의 수술을 했다면서 그의 커브나 체인지업은 누구도 칠 수 없다. 정말 훌륭한 투수라고 칭찬을 많이 하더라”며 “이 클리닉의 공동 창업자이신 프랭크 조브 박사는 박찬호와도 굉장히 가까운 사이였다고도 알려주셨다”고 했다.
연수 기간 동안 금 원장은 클리닉에서 만나서 좋을 것은 없지만 그래도 반가운 얼굴도 만났다. LG 투수 차우찬이었다. 왼쪽 어깨 회전근 파열 및 관절와순이 손상된 그는 한국에서의 시즌을 일찍 접고 지난달 LA로 와 컬란-조브 클리닉에서 수술을 받았다. 금 원장은 작년 처음 차우찬이 처음 어깨 통증을 느꼈을 때부터 쭉 봐왔던 터라 이번 수술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었다. 차우찬이 도착하기 전 미리 엘란트라체 박사에게 차우찬의 모든 어깨 검사 결과 등을 보여주고 함께 지금까지 직접 봤던 차우찬의 부상 정도에 대해 브리핑을 해주며 수술 준비를 미리 했다.
금 원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수술실에 함께 온 팀 트레이너나 통역사 등 외부인들이 들어갈 수가 없어 내가 차우찬 곁에 있었다. 수술을 위해 대기할 때, 마취할 때, 그리고 수술을 마친 뒤 회복할 때 곁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아무래도 선수가 좀 편안해하는 것 같더라”라고 했다.
이어 차우찬이 수술 후 초기 재활 프로그램을 위해 컬란-조브 클리닉과 연계된, 전문 선수만을 위한 다른 지역의 재활 센터로 갔을 때도 금원장은 그와 함께하며 그를 돕는 한편, 자신도 스포츠 의학에서 수술 못지 중요한 재활에 관련한 부분들도 많이 배울 수 있었다고 했다.
차우찬 외에도 금원장은 연수 기간 동안 유명한 스포츠 스타들을 만났다. LA 다저스의 클레이튼 커쇼가 와서 주사치료를 받고 갔고,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도 고질적인 어깨 문제에 대해 상의하고 갔다고 전했다. 금 원장이 좋아했다는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맷 하비도 수술을 받았고, NBA의 카와이 레너드, 자말 머레이도 클리닉을 찾았다. 일반인들도 있긴 하지만 이 클리닉을 찾는 환자의 대부분이 전문 운동선수들이고 엘라트라체 박사가 보는 환자는 거의 이름만 대면 알만한 스타들이다.
금 원장은 이달 말까지 예정된 연수를 마치면 한국으로 돌아간다. 애초 3개월 간 연수할 예정이었지만 생업을 접고 온 터라 2개월로 줄였다며 웃었다. 그는 한국으로 돌아가 일단 연수 기간 동안 배운 것을 다른 선수들이나 팀 트레이너 등과 함께 공유할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다.
금 원장은 “이번 연수는 개인적으로 부상 선수들을 진단하고, 치료하고, 수술하는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 온 것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세종 스포츠 정형외과를 스포츠 의학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으로 만들어서 컬란-조브 클리닉과 같은 시스템들을 체계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컬란-조브 클리닉의 장점은 수술을 전문적으로 잘하는 것도 있지만 수술 후에 재활하는 과정에서 의사와 선수, 그리고 팀 닥터가 호흡을 같이하며 빗나가는 것을 잡아주고, 결과를 좋게 만들기 위해 계속해서 협력해 나가는 점”이라면서 “한국에서 와서 수술만 하고 돌아간다면 이 클리닉의 장점을 살릴 수가 없다. 그래서 이런 시스템을 같이 가져가서 불편감 없이 한국에서 수술 이후 필요한 치료를 받고 재활을 거쳐 좋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먼저 구축하고자 한다”라고 설명했다.
금원장은 “궁극적으로는 한국에서 부상 선수들을 제대로 진단하고, 치료하고, 수술하고, 재활까지 모든 것을 원스톱으로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의 의료 기술이 절대로 여기에 떨어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면 좋은 기술에다 이곳의 노하우만 더해진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lsbo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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