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차라리 발목 자르고 싶다” 울던 이다빈의 은메달 기적

“이다빈은 태권 타짜다. 발의 마법사다.” 

이석훈 전 국가대표 코치는 이다빈은 타고난 태권도 선수라고 했다.

발목 자르고 싶다 울던 이다빈의 은메달 기적

이다빈이 27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A홀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태권도 여자 +67㎏ 결승에서 세르비아의 밀리차 만디치에게 패배한 후 아쉬워 하고 있다. 

이다빈의 주특기는 발차기다. 뒷차기도 워낙 잘한다. 발로 못하는 동작이 없을 정도다고 지도자들을 칭찬한다. 

이 코치는 “태권도 선수들이 경기 시작하면 대부분 상대 몸통을 노리며 공격 하지만 이다빈은 머리를 먼저 노리는 스타일이다”고 말했다.

이다빈의 이런 모습은 2019 런던세계선수권에서 잘 나타난다. 당시 16강전부터 준결승까지 20점~10점차 압도적인 경기를 펼치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27일 2020 도쿄올림픽 태권도 여자 67kg초과급 준결승에서 은메달을 딴 이다빈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하나 둘 밝혀지면서 다시 한번 주위를 감동시키고 있다. 이다빈은 세계 1위 영국의 비안카 위크든을 25대24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전에서 밀리카 만디치(세르비아)에게 7대10으로 아쉽게 패해 금메달을 거머쥐진 못했지만 그의 투혼은 대한민국 국민들을 감동시키기 충분했다. 이번 대회 이다빈의 진가는 준결승서 비안카 위크든을 상대로 대역전극을 펼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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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도쿄올림픽 여자 태권도 67㎏ 초과급 준결승전에서 이다빈이 영국 비안카 워크던에 발차기 버저비터로 역전승 하는 모습. 도쿄=최문영 스포츠조선기자

이 코치는 “1초를 남기고 시도한 발차기는 상상을 초월한 것이었다”며 “이다빈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손으로 몸통치고 바로 발로 얼굴 때리는 거는 보통 선수들이 못한다는 것이다. 지도자들은 이다빈을 ‘태권타짜’라고 부른다. 

그만큼 수를 알고 상대방과의 수싸움을 잘한다는 것이다. 태권도 경기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수를 알고 있는 선수다. 

이대훈은 간격을 유지한 채 발차기를 하지만 다빈이는 상대 선수와 간격을 좁혔다 넓혔다 하면서 순간적으로 발차기를 하는 기술은 남자 선수를 능가할 정도라고 한다. 이다빈은 대표팀 내 담력과 센스가 가장 뛰어난 선수로 꼽힌다. 하지만 이다빈이 올림픽 출전하게 된 것도, 결승 진출한 것도 기적 같은 일이라고 했다.

준결승서 보여준 이다빈의 ‘버저비터 발차기’는 2달 전까지만 해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통증에 시달리던 발이었다. 이다빈의 의지와 지도자의 판단, 의술의 힘이 어우러지지 않았다면 올림픽에서 메달은 커녕 대회 출전조차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이다빈의 주특기인 발차기를 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것이었다. 사실 이다빈은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태권도 대표팀의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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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메달 들어 보이는 이다빈. 연합뉴스

이다빈은 올림픽 개막 두 달 앞두고 이창건 감독을 찾아가 “차라리 발목을 잘라버리고 싶다”고 울며 하소연했다. 발목 통증이 심해 잠을 잘 수 없었다. “제발 수술하게 해달라”고 사정했다. 이 감독은 이다빈의 고통을 이해하면서도 5년을 준비한 올림픽을 앞두고 수술만은 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더는 내버려둘 수 없다는 걸 알았다. 발목에 물이차고 통증이 더해갔다. 올림픽 개막이 하루하루 다가오면서 고민은 깊어갔다. 

결국 통증이 심해 잠을 잘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다빈은 올림픽 출전을 위해 선수로서 생명까지 걸고 최후의 선택을 해야했다. 올림픽 출전 포기하느냐, 고통을 숨기고 나가 할 때까지 해보느냐의 갈림길에 섰다. 이 감독과 이다빈은 결단을 내려야했다. 결국 이다빈에게 수술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올림픽을 포기할 수 있는 무모한 결정일 수 있었지만 의술의 힘을 믿을 수 밖에 없었다. 

결국 국내 유명 족부정형외과 전문의를 수소문해 수술을 택했다. 수술할 때도 이 감독이 직접 병원에 함께 갔을 정도로 애간장을 태웠다. 

이다빈의 발목은 생각보다 심각한 상태였다. 처음엔 단순한 뼛조각 제거 수술을 할려고 했지만 진단 결과 뼛조각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혈관 문제까지 생겨 복잡한 상황이었다. 발목을 통해 발끝까지 혈관을 공급하는 혈관 문제가 치명적이었다. 

이다빈의 수술을 집도한 김진수(세종스포츠정형외과 원장) 박사는 결국 발등에 있는 혈관을 결찰(혈관제거)하고 혈관을 막는 대신 발 뒤쪽 동맥에 의존하는 수술을 택했다. 발끝으로 피를 공급하는 동맥이 발 앞과 뒷쪽에 있는데 발 앞 동맥을 제거하고 뒤쪽 동맥을 통해 피를 공급하도록 하는 수술이었다. 만약 앞쪽 혈관을 살리는 수술(혈관이식)을 했다면 이다빈은 올림픽 출전을 포기해야 할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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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빈의 발목 수술을 집도한 세종스포츠정형외과 김진수 대표 원장. 김진수 원장은 “이다빈의 발목은 심각한 수준이었다”며 “결과적으로 이다빈이 올림픽에 출전에 메달을 따는 모습을 보니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결국 지난 5월 수술에 나섰고 2주 관찰, 2달 재활의 기간을 택했다. 그런데도 이다빈은 수술 후 병원 치료를 마다하고 며칠 최소한의 치료를 한 뒤 진천선수촌에 입소했다. 김 박사는 “이다빈이 죽어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싶다”며 “진천 선수촌으로 갔다”고 회고했다. 

그런 이다빈이 두달 만의 기적을 만들었다. 그것도 수술한 왼발로 상대를 떨구는 결정타를 날렸다. 도쿄올림픽 최고의 명장면을 만든 것이다. 

김 박사는 “이다빈의 경기를 모두 지켜보았다”고 했다. 그는 “사실 이다빈의 왼발은 처참했다. 어찌보면 헤질대로 헤졌었다. 

발등에 뼛조각이 나돌았고 혈관손상까지 심한 상태였다. 쪼그리고 앉으면 통증이 생기고 발을 펴도 통증이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며 

“그런 태권 소녀가 메달을 따는 모습을 보니 대견했다”고 말했다.

▶기사원문

“차라리 발목 자르고 싶다” 울던 이다빈의 은메달 기적 – 조선일보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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